나같이 문화 문외한에게도 문화를 즐기게 해주는 TV 프로그램들이 있다. 클래식 오디세이, TV 미술관, 책 읽는 밤 등등. 개인적으로 인디 밴드들이나 유명 연주자들의 곡을 들을 수 있는 EBS 스페이스 공감 애시청자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요즘 시대에 고급문화라는 것이 점점 보편화될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서 매체들이 이용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시간대가 자정을 넘기는 것이 일쑤라 그 의도가 실현되기에는 요원하다만...

얼마 전에 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며 성가대의 성가곡에 깊은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호른까지 참여해서 성가대의 규모에 비해 화려한 반주에, 성가대원들이 열심으로 준비했던지 유달리 뛰어난 화음까지, 거의 찬양이 끝나고 기립박수를 치고 싶은 충동이 일 정도였다. 어쩌면 이렇게 우리 주변에 소위 "고급문화"라는 것이 산적해 있는데- 까놓고 말하면 우리가 학창시절 배웠던 모든 예체능 과목들은 고급문화가 아니었던가 - 나는 너무 무심히도 잘 참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무를 즐겨한다는 한민족인 나는, 이제부터라도 종합예술인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시금 다짐, 다짐하는 순간이었다. "고급문화"가 아니라 "고전문화"가 될 때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취향과 선택이 넓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네 슈퍼가게 아저씨가 오페라 광팬이고, 문방구 아주머니가 모던락을 흥얼거리며, 동네 꼬마에게 우리 동네 미술관을 소개해줄 수 있다면... 이런게 꿈이 아니길 빈다.

며칠 전에 클래식 오디세이를 보다가,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연주실황을 보고 쇼크를 먹고 동영상 하나를 올려보려고 이렇게 글을 쓴다. "여제"라는 말이 어찌나 잘 어울리고 멋진지...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소장연주가를 도우며 여러 사회참여적 행사를 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강한 피아노 연주법만치나 문화의 힘은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