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배의 질문에 답해준 것. 법학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좀 쉽게 쓴다고 쓴 건데... 암튼 아까워서 여기에 공유.


태아의 권리능력에 관하여는 다음의 세 단계의 문제가 연속적으로 문제된다.

1단계 : 권리능력의 시작시기(사람의 시기) - 전부노출설 VS 기타 학설
2단계 : 태아의 보호에 대한 입법주의 - 일반적 보호주의 VS 개별적 보호주의
3단계 : 태아의 법률상 지위(태아가 보호될 때 언제 보호되는가의 문제) - 정지조건설 VS 해제조건설

우리나라의 다수설과 판례는 태아가 전부 노출되었을 때 비로소 사람이 되고(전부노출설) 그 결과 태아는 사람이 아니며 권리능력이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태아를 보호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법으로 보호해주어야 하는데, 모든 경우를 보호해준다고 하면 기준이 모호하고 불분명하므로 개별적으로 법이 정한 부분만 보호해준다고 한다(개별적 보호주의). 그런데 3단계 논의에서 (과거) 다수설과 판례의 태도가 달라지는데, (과거) 다수설은 해제조건설(태아는 원래 문제가 발생한 시기에 권리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지만 태어나기 전에 죽으면 없던 일로 본다)인 반면, 판례는 정지조건설(문제가 발생한 시기에 태아에게 권리능력이 없지만, 태어나면 옛날부터 권리능력이 있던 것으로 본다)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다수설과 판례는 모두 전부노출설과 개별적 보호주의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정지조건설과 해제조건설을 취하는지에 따라 태아의 보호의 정도가 차이가 발생한다. 대체로 해제조건설이 태아를 많이 보호하고 정지조건설이 적게 보호한다고 본다.

 

<전부노출설-개별적 보호주의-정지조건설이 맞다는 견해>- 현재 다수설(인 듯)

그렇지만 양 학설은 실제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는데,

1. 해제조건설을 따라 문제가 발생한 시기(예를 들어, 상속이 발생했다거나, 어떤 사람이 태아를 다치게 만들었다거나 태아의 아버지를 죽였다거나한 때)에 권리능력이 이미 있다고 한다면, 이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법정대리인이 필요한데, 우리 민법에는 태아를 위한 법정대리인 제도는 없다.

2. 설사 법정대리인이 있다고 치더라도(엄마), 아직 권리관계가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민법 제118조에 따라서 권리를 보전하는 정도의 행위밖에 하지 못하는데 이것은 거의 아무것도 못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이를 인정한다고 해서 특별히 좋은 것이 없다.

3. 태아가 권리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한 어떤 제도가 마련되지 못했다.

4. 또한 쌍둥이와 같은 경우에 해제조건설을 따르면 법률문제가 복잡해진다.

이러한 점을 들어서 실제로 해제조건설을 따르는 것이 그다지 유익하지 못하다고 한다.

 

<전부노출설-개별적 보호주의-해제조건설이 맞다는 견해>- 과거 다수설(인 듯)

1. 정지조건설은 태아의 보호에 미흡하며, 실제로는 사산율(죽어서 태어난 경우)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2. 법정대리인은 어머니가 있으므로 이를 유추적용하면 된다.

3. 독일 민법에서는 태아를 위한 재산관리인을 둘 수 있게 하고 있는데, 입법론상 바람직하며 이러한 제도를 만들면 해제조건설을 따르는 것이 낫다.

4. 나아가 개별적 보호주의가 너무 좁게 태아의 권리능력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인증여(내가 죽으면 누구에게 얼마를 준다고 계약을 맺는 것)나 인지청구권(예를 들어,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자식이 누가 내 아버지라고 지명해서 가족관계등록부에 자식으로 적을 수 있는 것) 등에서 태아의 권리능력을 긍정하도록 유추해석 해야 한다. 그래야 태아가 인지청구를 통해 아버지가 죽었을 때도 상속받을 수 있게 되고, 더 잘 보호된다.

5. 정지조건설에 따르면 상속 시에 태아는 우선 상속인이 아니게 되고, 나중에 태어나면 상속분을 못받게 되어 자기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청구해야 하는데, 이 경우 태아가 불리하게 된다(상속회복청구권이라는 민법 제도가 있는데, 이게 좀 문제가 있는 제도라 그렇다.). 따라서 해제조건설을 따르면 대리인이 태아의 상속분을 보전할 수 있게 되고, 출생시까지 상속분을 확정하는 것을 미루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으므로 태아에게 유리하다.

6. 요즘 의학기술이 발달해서 쌍둥이인지, 임신 여부 등을 쉽게 알 수 있으므로 법률관계가 그렇게 복잡해지지 않는다.

이러한 점을 들어서 해제조건설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내 썰(김천수, 「태아의 법적지위」, 비교사법 제10권 제2호, 2003. 참고)

태아도 생명과 신체 등의 중요한 부분에서는 사람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개별적 보호주의는 이러한 부분을 예시하는 것으로 보고 유추하여 넓게 해석>

실제에 있어서는 정지조건설이나 해제조건설이나 큰 차이가 없다. 그래도 입법론으로 본다면 해제조건설이 좀 더 타당하고 의학기술이나 현실을 고려하면 훨씬 타당한 이론이다. 그렇지만 제도가 아직 없기도 하고, 실제 태아가 유리한 부분이 아주 많지는 않다. 현실적으로 민법을 해석할 때는 정지조건설이 타당하다.

1. 그런데 특히 문제가 되는 경우는 태아가 어머니 뱃속에서 죽었을 때, 즉 사산했을 때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임산부를 때려서 태아가 죽은 경우, 위의 어떤 학설을 따르더라도 태아나 임산부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그런데 태아가 안 죽고 태어나면, 예를 들어 기형아로 태어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너무 불합리하다.(예전에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지적한 적이 있다.)

2. 따라서 태아가 죽어도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했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한다고 봐야 하는데, 위의 학설들은 태아가 죽어서 태어나기 때문에 상속이 일어날 수 없다고 보지만, 태아도 권리능력이 있기 때문에 죽으면서 부모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이 상속된다고 봐야 한다.

3. 헌법의 해석에 따라 생명권을 가장 중요한 인간의 기본권으로 보고 있고, 태아도 생명권의 주체라고 보고 있음에도, 헌법의 하위법인 민법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문제이다. 따라서 태아도 생명과 신체를 침해당하는 한도에서 권리능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

4. 또한 전부노출설을 출발점으로 삼는 위의 모든 학설들은 태아가 출산 시에 사고로 죽는 경우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되는데, 형법에서는 태아의 몸이 일부만 자궁에서 나와도 사람으로 보기 때문에 그 태아를 죽이면 살인죄에 해당함에도, 민법에서는 아직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역시 아무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해석도 형법처럼 일부노출설 등으로 일치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5. 민법에서 태아를 보호하는 것은 거래의 안전이나 법률관계의 명확한 확정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우선적으로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한도에서 여러 법률관계가 문제될 때 태아를 보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될 때는 이를 확대해서 보호할 수 있도록 해석하는 것이 낫다. 앞으로의 입법도 이러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내 생각에 위의 3가지 견해 중에 너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면 될 것 같다. 논리적으로는 젤 위의 학설이 타당하고, 현실적으로는 가운데 학설이 낫고, 통합적이고 종합적인 안목으로 본다면 세 번째 학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너의 선택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