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로스쿨 1기생의 졸업이 다가오면서 그동안 질질 끌었던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방법에 대해 최종적으로 확정하기로 결정하였다. 전해지는 소식에 의하면 변협에서는 총 정원의 50%로, 법무부는 응시자의 50%로, 로스쿨학생협의회는 응시자의 80%로 합격자 정원을 정해야한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즉, 변협안에 따르면 현행 사법시험과 마찬가지로 1000명을 선발하는 셈이 된다. 법무부안에 따르면 1천명에서 시작하여 매년 응시자에 따라 합격자가 늘어나는 결과가 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에 비례하여 탈락하는 자도 누적된다. 로스쿨학생협의회의안에 따르면 일부 탈락자들을 감안하면 합격률을 보장하여 자격시험화 할 수 있게 된다. 이 안들 중에서 어떤 것이 채택될지가 향후 로스쿨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로스쿨학생협의회 쪽에서 단체행동을 보일 정도로 반발하는 것은 법무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법무부는 검사로 구성된 조직으로서 변협과 장기적으로는 직업적 이익을 같이 하는 집단이다보니 법무부의 분위기가 변협 쪽으로 기운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법무부는 사법시험 정원제를 운영함에 있어서도 변협의 입장을 고려하여 획기적으로 정원을 늘리지 않았던 선례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법무부의 운신의 폭이 얼마나 넓을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그렇다면 변호사 시험 합격자 정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사법시험을 운영해 오던 법무부에게 당 업무가 맡겨진 이상 예정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법무부는 로스쿨이 조기에 파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문제를 미뤄왔던 것이고, 피해는 고스란히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것을 로스쿨 학생의 이기주의로 치부하기에 앞서, 과연 법무부가 로스쿨에 대한 사법개혁 취지를 고수하고 이행할 수 있는 집단인지를 문제삼아야 한다. 이에 대한 대답은 심각하게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로스쿨 정책은 노무현 정부 하에서 법무부 장관에 소위 정치인들이 기용됨으로써 추진 가능했던 공약이었던 것이었기에, 현 정부들어 다시 검사 조직이 된 법무부로서는 직역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변호사시험 합격자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 경인일보



로스쿨 도입의 정당성의 유무를 넘어, 최소한 사법시험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개혁을 시작한 것이라면 우선 그 취지에 맞는 운용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최소한 실질적으로 변호사 수의 획기적 증가, 변호사 시험의 자격시험화 등은 필수적으로 지켜져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없다면 로스쿨이라는 이름의 사법시험이 반복되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로스쿨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하였기에 도리어 사법시험보다 더 비효율적인 제도로 왜곡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법무부는 변호사 시험 합격자 결정 방법을 정함에 있어 대의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안타까운 점은 이렇게 중요한 제도의 변경을 왜 그렇게 시급하게 처리했어야 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일본 제도의 수용이 쉽게 이루어지고, 그 문제점도 유사하게 반복하는 경우가 많은데, 로스쿨 도입의 문제도 이와 판박이이다. 그러나 일본만 하더라도 로스쿨 도입까지 우리보다 훨씬 오랜 기간을 검토하였으며, 우리와 달리 변호사 정원에 대한 일정한 합의가 있었기에 현재의 타협적 제도 운영에 대해 크게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경우는 로스쿨 도입 자체가 사법시험의 폐쇄성과 합격자의 일부 학벌 편중을 시정하기 위한 것을 목적으로 삼았는데, 이것은 일본식 제도 운영으로는 도무지 실현 가능하지 않은 목표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식으로 로스쿨을 시행한 것은 이미 파행을 예정한 것이었다. 도대체 아무런 대비 없이 왜 이를 감행하였는지 의문이 든다.

이에 대해서는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에도 분명한 책임이 있음을 밝혀야 한다. 그들의 이상이 옳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그들이 성급하게 이를 추진하면서 오히려 왜곡된 제도가 형성되었고, 이제와서는 일부만의 개혁 성과라도 지키기에 급급하다보니 발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세 싸움으로 타협하기 일쑤인 방식을 자초하게 되었다.

더 근본적인으로, 과연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에서는 변호사 등의 법조직역을 어떻게 바라보았기에 로스쿨 도입 등의 해결책을 내놓았는가 하는 점이다. 단지 특권적 직업이기에 이를 해체하는 것이 목적인가? 그래서 정원수를 늘리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한 것인가? 참여연대 쪽 인사들의 칼럼을 보면 이런 표현이 많다. 변호사는 자격에 불과하므로 자격시험화하여 특권을 없애고, 정원은 시장에 맡기면 된다는 것이다. 변호사 질 하락은 시장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한다. 과연 이 말이 참여연대와 같이 진보적 단체에서 해왔던 말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왜 변호사 문제에 있어서는 그들이 이렇게나 시장주의를 신봉하는지 모르겠다.

변호사는 상법상 상인이 아니다. 즉, 쉽게 말하면 변호사는 영리추구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들은 공익적 성격을 갖고 있기에 의무적으로 대한변호사협회라는 공공단체를 구성하고 자동 가입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여러 공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소송과 같은 공적 사무를 단지 시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재 우리 법제에서는 변호사를 절대 시장주의에 개방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참여연대가 시장주의적 방법으로 법조직역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체계정당성에 반하는 것으로서 해결책이 무엇인지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더 필요한 것은 변호사 직역의 공익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과연 로스쿨로 인해 앞으로의 법률서비스는 가격이 낮아질 것인가? 시민의 변호사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 것인가?  아무리 긍정적으로 평가하더라도 이는 단기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미미한 효과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미 사법시험 하에서 변호사 시장도 학벌과 경력으로 양극화되고 있다. 시장주의에 의할 때, 과연 시민들이 자신의 재산과 자유가 걸린 문제를 쉽게 아무 변호사에게 맡길 수 있을까?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서 사법시험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해 판사를 거쳐 개업한 변호사와, 동일한 조건에 로스쿨을 나와서 판사를 거쳐 개업한 변호사가 있다면 평가가 같을까? 법조직역의 보수성과 마찬가지로 시민이 바라보는 시각도 보수적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앞으로 로스쿨이 완전 정착하고 수십년이 지나지 않는 이상 변호사 시장의 더 극단적 양극화가 일어날 뿐이다. 따라서 시장주의적 방식을 해결책으로 제시할 것이 아니라 변호사의 공익성을 강제할 방안을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로스쿨과 같은 제도를 만들었다면 로스쿨 졸업생들부터 상당수를 공익변호사로 채용하여 저렴하고 질좋은 서비스를 국가 혹은 공법인에서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로스쿨 입학금 자체를 국가가 지원하여 로스쿨 졸업생들은 의무적으로 수 년간 공익활동에 종사하도록 하는 방안은 어떨까? 어렵지 않은 법률분쟁에 대해서는 변호사들이 할당을 받아 처리하는 공영제를 운영하면 어떨까(버스공영제와 같이)? 이러한 공익성의 보완이 담보되지 않고 다수의 변호사를 쏟아내는 것만으로는 현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

나아가 항상 지적하였던 것이지만, 우리나라에 미국식의 로스쿨 제도를 도입할 것이 아니라, 독일식의 사법시험을 도입하는 것도 충분히 검토했어야 했다. 현 제도는 전문대학원을 소수 대학에 허용하면서 엄청난 등록금 인상과 오히려 학벌 특혜가 고착화되었다. 미국식 로스쿨 제도는  매년 로스쿨 순위를 발표하여 그에 따라 졸업생들의 장래가 결정되는, 그 자체로 줄 세우기와 친한 제도이다. 그럼에도 이를 학벌 편중을 위해 도입했다니, 기가 막힌 노릇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SKY법학과를 대체하는 차기 학과가 대두된지 오래이다. 또한 로스쿨은 사법시험보다 더한 진입장벽이 되어 계급 고착화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이를 전향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단지 장학금 확대가 아니라, 등록금 인하와 로스쿨 확대에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시스템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상황이다.

반면 독일식의 사법시험은 법학과의 학부 과정에 이어 실무 과정 등의 기간을 붙여 학부 졸업생은 누구든지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또한 졸업생도 정해진 과정을 모두 이수하고 충실히 따라오면 누구든지 합격할 수 있는 자격시험이기에 특별히 무리한 준비나 비싼 학비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학부를 포함하여 5, 6년의 교과과정으로 확대하여 로스쿨을 학부 내로 편입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대학 수업의 파행을 막고 비용도 훨씬 저렴하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것은 예일 뿐이다. 방법은 많이 있다. 문제는 로스쿨이 능사는 아니었고, 현재와 같이 파행이 예견된 상태에서는 더더욱 그랬다는 점이다. 앞으로 지켜보아야 할 것이지만 앞 길이 어둡게 느껴지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안타까운 것은 로스쿨이 설치된 학내에서는 기존의 법대생과 로스쿨 학생이 나뉘어 반목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서로에 대한 도를 넘은 비방과 모욕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변호사 시험의 정원제 문제까지 터져나왔을 때 과연 로스쿨이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겠는지는 의문이다. 실제 학생들의 자퇴 동의서 제출 정도만 보아도 상당수가 이미 로스쿨의 매력을 잃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사법시험 출신과 로스쿨 출신의 실력 비교에 대해 이러저러 할 말이 있을 수 있지만, 말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이미 비이성적인 논쟁으로 전락했다. 부디 같은 직역에 종사하려는 자들로서 예의를 지키고 법률가로서의 언행과 품위를 지켰으면 한다. 그리고 정말 로스쿨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