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회의원 11인의 후원회 사무실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를 비판하는 견해들은 검찰의 태도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것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스폰서 검사나 대포폰 문제에 대해서는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음에도, 청목회 사건에 대해서는 득달같이 달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대다수의 여론은 정치권의 부패상에 충격을 받았다는 것일 게다. 다음 아고라의 대체적인 의견들만 살펴보아도 국회의원들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묻어나는 글들이 많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러한 수사가 검찰 독립에 일조하기를 바라는 점도 있는 것 같다. 이는 본 수사에서 여당 의원들도 동일하게 수사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늦은 시간이라 오늘은 결론만 짧게 서술하겠다.)
우리 나라의 정치관계법은 로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금품이 오가는 로비는 뇌물죄의 처벌 대상일 뿐이다. 그러나 정치자금법은 다수의 소액 정치후원금은 열심히 장려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 음성적인 정치자금으로 인해 부패가 만연했던 과거를 반성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특히 소위 "오세훈법"으로 불리는 2004년 정치관계법 개정에 있어서는 극도로 정치적 투명성을 강조하고, 정치자금을 통제하여 많은 국회의원들의 원성을 샀던 적이 있다.(그 배경에는 오세훈 본인이 국회의원 은퇴를 선언하면서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심보도 없다고 할 수 없을 것.) 그래서 현재는 개정을 거쳐 조금 더 완화된 형태이나, 여전히 정치자금을 강하게 통제하는 구도가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국회의원의 후원금은 후원회를 통해 기부받게 되어 있고, 단체나 법인으로부터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개인에게 받게 되어 있는 것인데, 과연 여기에서 이러한 인적 연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국회의원이 얼마나 있겠느냐는 것이다. 오히려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내가 어떤 국회의원을 후원한다면, 그의 의정활동이 마음에 든다거나, 일정한 방향으로 활동을 지속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당연지사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대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후원금이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오히려 우리 법은 소규모의 후원금의 수준에서는 이러한 압력을 허용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단체나 법인의 자금이 개인 자금으로 둔갑하여 숨어들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일 뿐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청목회 사건은 자금의 출처가 문제될 지언정, 불법적인 방법으로 이를 받은 것이 아니라면 사용처를 알아보기 위해 압수수색을 하거나 하는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보인다.

물론 일부 의원은 불법적인 정치자금의 수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뇌물로 읽히고 있기도 하다. 뇌물이라면 말 그대로 국회의원의 직무에 관련된 사항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금전적 이득을 지급하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최소한 정치자금법 상의 후원금에서는 뇌물이 적용될 수 없다고 봐야하는 것이 정상이다.
나아가, 만약 불법적인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했다손 치더라도, 이를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닌 뇌물죄로 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일이다. 뇌물죄는 징역을 최소한으로 하고 있으므로 뇌물죄에 해당하는 이상 국회의원의 직을 상실하게 된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발생하고 있다. 정치자금과 뇌물의 애매한 줄 위에서 국회의원에 대한 행정부의 통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뇌물이 아니라,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도 마찬가지이다. 대통령을 위시한 행정부는 사정권력을 무기로 충분히 입법부를 옥죌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처럼 정치관련 범죄가 국회의원의 직위 상실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다. 일본 법제는 우리보다 더 엄격하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국회의원에 대한 기소가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에 사실상 사문화되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검찰로 인해 국회의원 직 상실의 위기가 있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우리나라 뿐이라는 말이 된다.
이게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지는 바로 이 점에서 드러난다. 그럼에도 이를 단순히 부패한 정치권력을 일소하는 정의로운 사정으로 본다? 이것이야말로 난센스이다. 현재 여당이 반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지 밥그릇 싸움을 하자는 게 아니다.

우리는 매번 총선이 끝나면 각 당의 승패를 관심있게 살펴보지만, 덧붙여 어느 당에서 몇 명이나 옷을 벗을까도 살펴보게 된다. 그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리고 그 역할은 전적으로 검찰의 몫이다. 국회의원을 뽑은 국민의 몫이 아니라는 소리다. 까놓고 말하면 대통령의 의중에 십수명의 목이 달려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황당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민주주의원칙이 권위를 상실한 것이 바로 이 나라이다.
따라서 정치권에서 청목회 사건을 두고 이리저리 말이 많은 것은 그 자체로 타당한 점이 있다. 이를 간과해서는 행정부의 손에 놀아나는 꼴이 된다. 향후 검찰 수사를 살펴보며 무엇이 뇌물인지를 정확하게 따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